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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 연 300조원 시대를 앞두고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매장의 존재 가치를 다시 쓰고 있다. 백화점의 경험 소비부터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력, 생활밀착형 점포와 뷰티·균일가 전문점까지 반격의 방식도 다양하다. <본지> 는 네 차례에 걸쳐 주요 유통업태의 경쟁 구도와 성장 전략을 짚고, 소비자를 매장으로 이끄는 힘을 살펴본다. "친구들과 다이소를 일주일에 한 번은 와요. 키링도 사고, 간식도 사고 모든게 저렴해서 좋아요." 다이소를 자주 찾는 한 초등학생은 매장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친구들과 상품을 구경하고 고르는 과정 자체가 방문 이유가 된 것이다.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주문하는 소비가 일상화된 가운데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상품을 직접 살펴보고 발견하는 재미로 소비자를 매장에 불러들이고 있다. 올리브영은 K뷰티 체험을 관광 수요와 연결하고, 다이소는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 구색을 넓혀 일상 속 방문 목적을 늘리는 전략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올해 1~8월 국내 오프라인 매장 외국인 누적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달성 시점이 3개월 빨라졌다.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8월 기준 33%까지 높아졌다. 외국인 집객의 기반은 다양한 K뷰티 상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체험할 수 있는 매장이다. 올리브영은 외국인 매출 비중과 고객 수 등을 고려해 '글로벌 관광상권' 매장을 선정하고, 영어·중국어·일본어가 가능한 직원을 우선 배치하고 있다. 매장 안내에도 3개 언어를 병기하고 'K뷰티 나우', '글로벌 핫이슈' 등 외국인 특화 공간을 마련했다. 스위스에서 온 한 관광객은 "한국에 오면 올리브영 방문은 필수"라고 전했다. 체험 서비스도 확대한다. 피부·두피 상태 진단과 퍼스널컬러 탐색으로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도록 돕는다. 색상과 질감, 사용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오프라인의 강점에 상담과 탐색 기능을 더한 것. 관광 중 구매를 귀국 이후 재구매로 연결하는 창구는 역직구 플랫폼인 글로벌몰이다. 국내 매장에서 경험한 브랜드를 해외에서도 구매하도록 접점을 이어가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전국 매장과 물류센터, 도심형 물류센터(MFC)를 연결하고 ‘오늘드림’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다이소는 생활용품에 뷰티·패션·건강기능식품 등을 더하며 소비자의 방문 이유를 넓히고 있다. 문구나 캐릭터 상품을 찾던 고객이 화장품과 생활용품까지 둘러볼 수 있는 폭넓은 구색이 경쟁력이다. 다이소 측은 "다양한 상품과 가성비를 찾는 수요가 전 연령층에 걸쳐 나타나 연령대별 구매 상품이나 방문 목적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정 세대를 겨냥하기보다 서로 다른 생활 수요를 한 매장에 모으는 방식이다. 신규 상품군은 다른 상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계기도 된다. 다이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뷰티뿐 아니라 패션, SNS 이슈 상품 등 고객이 찾는 상품이 많아질수록 해당 상품을 넘어 다양한 상품을 함께 쇼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고객 유입과 동반 구매 효과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균일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상품 운영과 공급망 투자도 병행한다. 다이소는 상품의 본질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 포장을 최소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과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남사·부산허브센터에 이어 2027년 4월 가동 예정인 세종허브센터, 2029년 1월 완공 목표인 양주허브센터를 통해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의 공급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상품군 확대에 맞춰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다이소는 2일 FITI시험연구원 가산디지털시험인증센터 내 상품안전센터 운영을 발표했다. 협력업체의 시험성적서·인증서 확인에 더해 출시 전 자체 검증과 생산 로트별 원재료·부자재·제조공정의 주요 변경사항 확인 절차를 추가한다. 두 업체의 성장을 이어갈 관건은 방문의 재미를 재구매로 연결할 상품 경쟁력이다. 업태 간 경계가 흐려지는 만큼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차별화된 구색,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김동민 로지브릿지 유통콘텐츠 제작 총괄은 "다이소와 올리브영 역시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상품군을 확대하고, 경쟁업체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차별화된 상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과 품질, 기능성을 모두 충족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제조사와의 협력, 차별화된 소싱, 자체 브랜드(PB) 개발은 물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변동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춘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은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고 국가의 미래 성장 역량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5일 서울 코리아나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대한민국 넥스트 엔진: 바이오 대혁신, 국가 미래 성장을 잇다'를 주제로 열린 공동포럼에서 노연홍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각 기관의 전문성과 역량을 모아 바이오를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했다. 포럼에는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원희목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과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대표 등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노 회장은 "의약품은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고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희망"이라며 "필요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아직 치료법이 없는 질병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일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이 개발·생산돼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오랜 연구와 시행착오, 막대한 투자와 인내가 필요하다"며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해 최종 허가를 받은 의약품 가운데서도 단 20%만이 개발 비용을 웃도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설명이다. 노 회장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도전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산업계의 노력뿐 아니라 기업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합리적인 제도, 의약품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와 혁신이 기술로 발전하고 그 기술이 신약 개발 등의 성과로 이어져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역량 결집, 즉 산업계의 혁신과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묵현상 뉴패스바이오 대표, 이현숙 서울대학교 교수, 양성일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규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발제했다. '바이오·제약,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를 주제로 발표한 묵현상 대표는 "바이오·제약 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고 경기에 비탄력적인 산업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묵현상 대표는 바이오·제약 산업이 반도체·자동차 산업보다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 확대와 지원체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을 기존 보조금 중심에서 투자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바이오·제약 기업의 성장 단계별 특성을 고려해 투자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묵 대표는 "초기 물질 발굴 단계에서는 대학과 바이오벤처에 폭넓게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임상 2·3상 단계에서는 국내 상위 제약사와 중소 바이오기업의 공동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도 보조금 중심에서 투자형으로 전환하고 국민성장펀드와 미래대응기금 등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서울대학교 교수는 'AI 데이터 기반 바이오 혁신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 등 바이오 데이터가 많지만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생산하는 모든 생명과학·의료 데이터는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문에는 성공한 연구 결과만 남지만 기업과 병원, 연구실에는 실패 데이터도 상당량 축적돼 있다"며 "실패 데이터까지 공유하고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와 예산, 평가가 분절돼 연구가 기초 단계부터 임상·사업화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부처 간 분절을 없애 데이터가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발제는 양성일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규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양 위원장은 '바이오 규제, 혁신을 가속하는 제도로의 전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양 위원장은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무엇이 안 되는지 명확히 하고, 환자가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제도 간 연계를 강화해 달라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금지·제한 사항은 법령에 명확히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R&D) 기획 단계부터 규제 당국과 허가·평가·급여 경로를 함께 설계하고 판단 근거를 기록해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기준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 법령에서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사항부터 정비하고,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과 현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위원장은 "우리나라 규제는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길을 막는 브레이크일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내비게이션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 규제 혁신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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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6조원이 들어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산을 심의하는 정부 위원회에 반도체 전문가가 민간위원으로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지원위)는 정부위원 19명, 민간위원 16명 등으로 구성됐다. 산업 분야 민간위원 3명은 김소우 슬라이폭스 대표, 이근배 전남대 총장, 한경구 균형성장정책개발원장이다. 김 대표는 광주·서울·인천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이 총장은 정형외과 전문의 출신이다. 한 원장은 지역 균형발전 정책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지원위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특별법에 따라 통합특별시의 발전 방안과 행정·재정 지원을 심의하는 국무총리 소속 기구다. 위원장은 한성숙 국무총리가 맡고 있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통합재정지원’ 사업으로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조5000억원씩 모두 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통상부는 이 재원으로 약 800조원 규모의 민간 반도체 생산공장(팹) 투자와 공공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가 통합특별시의 통합지방정부지원기금에 예산을 출연하면, 통합특별시가 기금운용계획을 세워 지원위와 지방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하는 구조다. 2027년 예산안 1조5000억원은 △반도체산업 조사·분석 및 지원시책 300억원 △클러스터 및 산업기반시설 조성·운영 1조원 △기업 및 입주기업 지원 2000억원 △기술개발 및 산업생태계 육성 2000억원 △전문인력 양성·확보 700억원으로 짜였다. 그러나 자료에는 분야별 금액만 나와 있을 뿐 산출 근거는 담기지 않았다. 산업통상부는 분야별 규모가 ‘잠정계획’이라며, 앞으로 통합특별시가 기금운용계획을 세우고 지원위와 지방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국회예산정책처는 검토보고서에서 지원위 민간위원 가운데 반도체 관련 전문가가 없다며 전문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부는 지원위에 반도체 소관 정부위원과 전력·에너지 정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무조정실은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민간위원 대다수가 반도체 산업과 무관하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정부위원에 반도체 산업을 맡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에너지·전력을 맡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포함돼 있고, 민간위원에도 반도체 산업 관련 에너지·전력 전문가와 인재양성 전문가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간위원을 위촉할 때 반도체 산업 전문가를 추가로 위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대우건설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설계 권한이 없는 시공사에 공사비 리스크를 전가하려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에 한수원은 아랍에리미트(UAE) 바라카 원전 원청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자사 귀책이 아닌 추가비용을 정산하라며 1조원대 국제중재를 낸 이력을 두고 '이중 잣대' 논란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회천 한수원 사장이 취임 후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면서 원전 수출이라는 대의적 명분 측면에서 아쉽다는 지적이다. 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공식 종료했다. 양측은 공사비 산정과 계약 방식, 설계 변경에 따른 위험 분담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갈등의 핵심은 공사비 정산 방식이다. 한수원은 사전에 공사비를 확정하는 럼프섬(Lump Sum·총액확정계약) 방식을 고수한 반면 대우건설 측은 실제 시공 물량을 반영할 수 있는 물량정산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총액확정계약은 사전에 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계약상 인정되는 변경 사유가 아니면 공사비 증가 위험을 시공사가 부담할 수 있다. 반면 물량정산 방식은 사전에 정해진 단가를 기준으로 실제 시공 물량에 따라 공사비를 정산한다. 대우건설 측은 설계 권한이 없는 시공사가 향후 설계 변경으로 발생하는 공사 물량 증가 위험까지 부담하는게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체코 원전에 적용되는 APR1000은 최초로 상용 건설되는 노형인 만큼 설계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물량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다. 대우건설은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수정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한수원이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고 반발했다. 이번 협상 결렬에 노동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한수원의 협상 종료를 '공공기관의 갑질'로 규정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노조는 한수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공사에 과도한 공사비 감액을 요구하고 충분한 위험 검토를 위한 협상 기한 연장 요청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이번 사태가 공공 발주기관의 고질적인 책임 전가 관행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발주처 귀책에 따른 공기 연장 간접비 미지급이나 관급자재 납품 지연에 따른 손실 부담 등이 시공사에 전가돼 왔다는 것이다. 조경한 전국건설기업노조 위원장은 "노동자의 피땀을 쥐어짜는 한수원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정한 재협상을 촉구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별도 성명을 통해 한수원의 일방적인 협상 종료가 기업 경영과 노동자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원전사업에서 시공사에 과도한 위험을 부담시키는 계약 구조를 문제 삼으며 적정 공사비 보전과 협상 기한 보장을 요구했다. 바라카선 '하도급사'로 원청 한전에 1조원대 추가비용 중재 청구 한수원은 과거 바라카 원전 사업과 현재 체코 원전에서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전력이 2009년 UAE에서 수주한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사업이다. 당시 한전이 주계약자로 사업을 총괄했고, 한수원은 한전과 운영지원용역(OSS) 계약을 체결해 시운전과 운영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기 지연과 추가 작업 등이 발생하면서 비용 부담 문제가 불거졌다. 한수원은 발주처와 한전 측의 귀책으로 공기가 연장되고 추가 업무가 발생했다며 약 10억달러(당시 약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좁혀지지 못하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한수원은 지난해 5월 모기업 한전을 상대로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후 정부의 권고에 따라 올해 3월 양측은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처럼 바라카 원전에서 추가 업무와 공기 지연으로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수원이 정작 주계약자로 참여하는 체코 원전에서는 시공사에 총액확정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셈. 물론 두 사업의 계약 구조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바라카 원전에서 한수원은 운영지원용역 수행사였고 체코 원전에서는 발주처와 직접 계약을 맺은 주계약자다. 추가 비용 청구 사유와 계약상 책임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과 바라카 원전 케이스는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했을 때 이를 누가 부담하는가라는 본질적 문제는 같다"며 "계약상 지위가 바뀌자 비용 증가 위험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엘다바 원전 1.2조원대 손실 예상…해외 원전 위험 관리 도마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예상 손실이 체코 원전 협상 결렬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의 지난해 연결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수원의 해외 사업 공사손실충당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346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조2146억원이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에서 발생했다. 엘다바 원전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한수원은 2022년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터빈건물 시공과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당시 한수원이 설계와 공사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액확정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원전의 기술 규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원전 자료를 토대로 사업비를 추정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 제재와 기자재 조달 비용 증가 위험도 계약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건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 결렬을 계기로 한국형 원전 수출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한수원의 안일한 위험 관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다바에서는 하위 계약 당사자로서 총액확정계약을 체결했다가 대규모 손실 위험에 직면했고, 체코에서는 주계약자로서 동일한 총액확정 방식을 시공사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이번 갈등이 본격적인 시공계약 체결 전에 불거진 것이 다행인 측면도 있다"며 "삼성물산 등이 참여했던 새울 3·4호기에서도 공사 중단에 따른 추가 비용 문제가 발생했고, 해외 대형 원전사업 역시 설계 변경과 공기 연장에 따른 부담이 시공사로 전가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 엘다바 원전에서는 무리한 계약으로 대규모 손실 위험이 현실화됐고, 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공사비 정산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다"며 "특히 프랑스 등과 경쟁하는 해외 원전 시장에서 수주 실적과 가격 경쟁력만 앞세워서는 안되며, 사업 초기부터 공사비와 설계 변경에 따른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관 장관 "사업 전체 바라보는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야" 이 과정에서 김회천 한수원 사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3월 취임한 김 사장은 한전 출신의 경영 전문가로, 취임 이후 해외 원전 사업의 위험 관리 체계 강화에 나섰다. 김 사장은 지난달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엘다바 원전의 공사손실충당부채가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해당 사업은 자신의 취임 이전에 추진됐으며, 취임 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절차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리스크 관리 기조가 체코 원전 협상을 유연하게 진행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수원은 대우건설 측의 협상 시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기존 컨소시엄과의 협상을 종료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반면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지난달 7일 변경된 계약 조건을 제시한 뒤 불과 3주 만에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을 이끄는 수장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일정 부분 리스크를 분담하는 결정이 불가한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정부도 한수원의 리더십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일 체코 원전 갈등과 관련해 한수원이 개별 계약의 이해득실을 넘어 사업 전체를 바라보는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과거 남동발전 사장 재직 시와 마찬가지로 김회천 사장이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뚝심있게 나아가야 하는데 이번 사태를 보고 그런 점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고 귀띔했다."